
누구에게나 시간이 지나서야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이 있다. 연극 <꽃, 별이 지나>는 그 뒤늦은 깨달음과 후회를 '꽃'이라는 따뜻한 상징으로 풀어내며 관객들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창단 20주년 기념작인 <꽃, 별이 지나>는 제주에서 작은 꽃집을 운영하는 미호와 그의 가족,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관계의 상처와 화해, 그리고 삶의 회복을 담아낸 작품이다. 꽃을 가꾸는 손길처럼 사람의 마음도 보살핌을 통해 다시 피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가 극 전반을 관통한다.
작품은 화려한 무대장치보다 배우들의 움직임과 호흡에 집중한다. 무대 한편에서 직접 연주되는 라이브 피아노는 장면마다 감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며, 신체극 특유의 표현 방식은 말보다 깊은 감정을 전달한다. 특히 치매를 앓는 할머니의 기억과 감정을 몸짓으로 표현한 장면은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섬세하게 완성한다.
이야기의 전개는 가족의 상처와 화해라는 익숙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관객에 따라서는 다음 장면이 어느 정도 예상될 만큼 친숙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익숙함은 오히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으로 이어지며, 가족과 함께한 기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든다.
극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순간은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찾아온다.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마음과 지키지 못한 마지막 순간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담담하게 이어지던 이야기는 깊은 울림으로 바뀐다. 특히 임종을 지키지 못한 가족의 후회와 그리움을 담아낸 장면은 많은 관객들의 감정을 움직이기에 충분하다. 화려한 반전이나 자극적인 연출보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거나 상상해 봤을 감정을 정직하게 담아낸 점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 역시 작품의 몰입도를 높인다. 과장된 감정 표현보다는 절제된 연기와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인물들의 상처를 표현하며, 서로를 위로하는 과정이 관객들에게도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다.
<꽃, 별이 지나>는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이라기보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감정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익숙한 이야기 속에서도 결국 중요한 것은 곁에 있는 사람을 놓치지 않는 일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공연장을 나서는 길, 문득 소중한 사람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어진다면 그 자체로 이 작품이 전하고자 했던 위로는 충분히 닿은 셈일 것이다.
공연은 오는 8월 23일까지 대학로 NOL 서경스퀘어 스콘 1관에서 만날 수 있다.




















